‘혼술의 습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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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량 줄어든 사람도 많았지만 일부는 더 자주, 더 많이 마셔…수면장애·우울·간질환 넘어 알코올 사용장애로 이어질 수 있어

매일 술 마시거나 손 떨림·식은땀 있다면 갑작스러운 단주는 위험…의료진 평가와 생활환경 교정 병행해야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인의 술자리를 줄였지만 술 자체를 완전히 밀어내지는 못했다. 회식과 모임이 사라진 자리를 ‘홈술’과 ‘혼술’이 채웠다. 퇴근 후 편의점에서 술을 사거나 배달 음식과 함께 술을 주문하고,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혼자 마시는 풍경이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코로나 이후 모든 사람의 음주량이 늘었다”고 단정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오히려 전체적으로 술을 줄인 사람도 많았다. 문제는 음주가 감소한 집단과 반대로 더 자주, 더 많이 마시게 된 집단이 동시에 나타났다는 것이다.

국립정신건강센터가 정리한 ‘4대 중독 주요 지표 모음집’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기존보다 음주량이 늘었다는 응답은 2020년 3월 6.34%에서 2022년 3월 10.34%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음주량이 감소했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팬데믹이 음주를 일률적으로 증가시켰다기보다 사람들의 음주행태를 양극화시켰다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더욱 선명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대학생 2,900명을 조사한 결과, 술을 마시는 장소로 ‘자신의 집’을 꼽은 비율은 코로나 이전 8.0%에서 이후 47.6%로 증가했다. 혼자 술을 마신다는 응답도 5.3%에서 48.3%로 급증했다. 반면 전체 음주 빈도와 음주량은 줄어, 코로나가 ‘술을 많이 마시는 문화’뿐 아니라 ‘혼자 마시는 문화’를 확산시켰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혼자 마시면 무엇이 달라지나

혼술 자체가 곧 알코올중독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한 달에 한두 번 혼자 맥주 한 잔을 마신다고 모두 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핵심은 누구와 마시느냐보다 얼마나 자주, 얼마나 많이 마시는지, 그리고 스스로 정한 양에서 멈출 수 있는지에 있다.

그러나 혼술은 문제음주가 숨어서 진행되기 쉬운 환경을 만든다. 술집에서는 영업시간, 귀가시간, 동석자의 시선과 같은 외부 제동장치가 작동하지만 집에서는 이러한 제한이 사라진다. 잔의 크기나 마신 양을 정확히 계산하지 않고 술을 따르기 때문에 본인은 두세 잔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섭취한 순수 알코올량은 훨씬 많을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술이 감정을 조절하는 수단으로 고정되는 것이다. “오늘 힘들었으니 한잔한다”는 행동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외로움, 분노, 지루함, 잠들기 전 시간이 모두 음주 신호로 바뀐다. 처음에는 기분을 풀기 위해 마시지만 시간이 지나면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의 불안과 불면을 피하기 위해 마시게 된다. 이때 음주는 선택에 가까운 행동에서 자동화된 습관으로, 다시 의존으로 이동할 수 있다.

알코올 사용장애는 단순히 술을 좋아하거나 많이 마시는 상태를 뜻하지 않는다. 음주량을 줄이려 했지만 반복적으로 실패하고, 술에 대한 갈망이 강하며, 건강·직장·가족관계에 문제가 생겼는데도 계속 마시거나 내성과 금단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서 국내 성인의 알코올 사용장애 평생 유병률은 11.6%, 최근 1년 유병률은 2.6%로 조사됐다.

잠을 청하려 마신 술, 오히려 잠을 깨운다

혼술을 지속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이유 중 하나가 수면이다. 술을 마시면 긴장이 풀리고 빨리 잠드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정상적인 수면을 회복시키는 것이 아니라 알코올의 진정작용으로 의식을 떨어뜨리는 데 가깝다.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진정효과가 약해지면 교감신경계가 다시 활성화돼 심박수가 올라가고 잠이 얕아진다. 새벽에 자주 깨거나 갈증, 두근거림, 발한을 경험할 수 있고 코골이와 수면무호흡도 악화될 수 있다. 잠을 자기 위해 마신 술 때문에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다음 날의 피로와 불안을 다시 술로 달래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정신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술은 일시적으로 불안과 우울을 가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감정조절 기능을 떨어뜨리고 충동성을 높일 수 있다. WHO는 음주가 우울과 불안을 악화시키고 자해·자살 위험, 가정과 직장 문제, 경제적 어려움과 연관된다고 설명한다.

신체적 피해도 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알코올은 지방간과 간염, 간경변뿐 아니라 고혈압, 심혈관질환, 부정맥, 췌장염, 말초신경 손상과 여러 암의 위험을 높인다. WHO는 알코올이 200가지가 넘는 질병·손상과 관련되며 구강·인두·후두·식도·간·대장·직장 및 여성 유방암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적은 양의 음주도 완전히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며, 전체 음주량과 폭음 빈도가 증가할수록 위험도 커진다.

혼술은 체중관리에도 불리하다. 술 자체가 열량을 제공할 뿐 아니라 음주 중에는 짜고 기름진 음식 섭취가 늘기 쉽다. 알코올을 처리하는 동안 지방 산화가 뒤로 밀리고, 취기가 오르면 계획했던 식사량을 통제하기도 어려워진다. 다음 날 피로로 활동량이 감소하면서 ‘음주–야식–수면 저하–운동 감소’의 고리가 형성될 수 있다.

‘매일 한두 잔’보다 봐야 할 위험 신호

문제음주는 소주 몇 병이라는 단일 기준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술의 종류와 잔의 크기가 다르고, 개인의 건강 상태와 음주 속도에도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변화가 있다면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알코올 사용장애 가능성을 점검해야 한다.

퇴근 전부터 술 생각이 나고, 집에 술이 없으면 불안해지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처음 계획한 양보다 더 마시거나 술을 줄이겠다는 약속을 반복해서 어기고, 필름이 끊기는 일이 생기거나 술 때문에 지각·결근·약속 취소가 반복되는 것도 위험 신호다. 이전과 같은 취기를 얻기 위해 음주량이 늘었다면 내성이 생긴 것이며, 술을 거른 날 손 떨림과 식은땀, 불안, 구역질, 두근거림, 불면이 나타난다면 금단 가능성을 의심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AUDIT-K 10개 문항을 이용해 위험음주를 선별할 수 있다고 안내한다. 최근 1년간 절주 실패, 강한 갈망, 역할 수행 문제, 위험한 상황에서의 음주, 건강이 악화됐는데도 계속 마신 경험, 내성과 금단 여부를 함께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자가검사는 진단을 확정하는 도구는 아니지만 진료와 상담이 필요한지 판단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단주, 술병을 버리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단주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자신의 음주를 숫자로 기록하는 것이다. 지난 2∼4주 동안 어떤 요일에, 몇 시부터, 어떤 술을 얼마나 마셨는지 적어야 한다. 마시기 직전의 감정과 상황도 함께 기록하면 좋다. “야근 후”, “혼자 저녁을 먹을 때”, “잠이 오지 않을 때”, “특정 사람과 통화한 뒤”와 같은 반복적인 유발 요인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술을 쉽게 마실 수 있는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집에 보관한 술과 전용 잔을 치우고 주류 할인 알림이나 배달 애플리케이션의 술 주문 경로를 차단한다. 단주 초기에는 술을 마시는 지인과의 약속, 술이 중심인 모임, 늘 술을 사던 퇴근길 동선을 잠시 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세 번째는 기존 음주 시간에 들어갈 대체행동을 미리 정하는 것이다. 탄산수나 무알코올 음료를 준비하고, 저녁 식사를 거르지 않으며, 산책·샤워·가벼운 운동·게임·독서처럼 손과 몸을 함께 사용하는 행동을 배치할 수 있다. “술을 참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밤 9시에 술 생각이 나면 물을 마시고 20분 동안 걷는다”처럼 구체적인 행동계획을 세우는 편이 실행하기 쉽다.

갈망이 올라왔을 때는 즉시 결정을 내리지 말고 20∼30분을 지연하는 방법도 쓸 수 있다. 물이나 음식을 섭취하고 장소를 바꾸며, 단주를 돕기로 한 사람에게 연락한다. 갈망은 명령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강해졌다 약해지는 신체·정서적 반응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무엇보다 혼자 끊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이나 신뢰할 수 있는 사람에게 단주 시작일과 도움받고 싶은 방법을 알리고, 정신건강의학과·가정의학과·내과 또는 지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음주를 유발하는 생각과 상황을 파악하고 대처기술을 훈련하는 데 도움을 주며, 동기강화치료와 가족치료, 자조모임도 회복을 지지한다. 알코올에 대한 갈망을 낮추거나 단주 유지를 돕기 위해 날트렉손·아캄프로세이트·디설피람 등의 약물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건강 상태와 복용 약물에 따라 적합성이 달라 반드시 의사의 처방과 관리가 필요하다.

매일 과음했다면 갑자기 혼자 끊지 말아야

단주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그날부터 혼자 술을 끊어도 안전한 것은 아니다. 장기간 매일 과음했거나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사람, 술을 거르면 손 떨림·식은땀·심한 불안·구토가 나타나는 사람, 과거 금단성 경련이나 섬망을 경험한 사람은 단주 전에 의료진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심한 알코올 금단은 경련과 환각, 의식 혼란, 혈압과 맥박의 급격한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질병관리청은 금단섬망이 알코올 중단 후 3∼5일에 가장 심해질 수 있으며 전문적인 평가와 치료가 필요하다고 안내한다. 의식이 흐려지거나 환각·경련·심한 초조가 나타난다면 즉시 119 또는 응급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단주 중 다시 술을 마셨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오늘 마셨으니 끝났다”는 폭음의 명분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 어느 시간, 어떤 감정, 누구와의 관계가 재음주를 불렀는지 분석하고 곧바로 치료 계획과 환경을 수정해야 한다. 재발은 방치할 이유가 아니라 치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신호다.

코로나19는 술을 집 안으로 옮겨놓았고, 혼술은 사회적 시선에서 음주 문제를 감췄다. 그러나 알코올 사용장애는 의지가 약해서 생기는 생활습관이 아니라 뇌의 보상체계, 스트레스, 수면, 정신건강과 생활환경이 결합된 치료 가능한 질환이다. 단주의 시작은 거창한 맹세보다 자신이 마신 술을 정직하게 기록하고, 위험한 금단 가능성을 확인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데 있다.

알코올 문제나 정신건강 상담이 필요하면 정신건강상담전화 1577-0199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 129를 통해 지역 정신건강복지센터와 관련 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다. 자해나 자살에 관한 생각이 동반될 경우에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를 이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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