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이는 줄무늬와 점을 왜 바라볼까…시각 트레이닝 속 ‘패턴’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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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로 흐르는 줄무늬부터 회전·확대되는 점까지…단순한 ‘눈 운동’ 아닌 시각·전정·자세 조절 훈련

패턴의 모양보다 속도·방향·시야 범위·머리 움직임이 중요…VOR과 OKN은 구분해야

재활운동이나 전정재활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조금 낯선 화면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검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좌우로 움직이고, 수많은 점이 화면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퍼져 나가기도 한다. 체크무늬가 옆으로 흐르거나 화면 전체가 회전하는 프로그램도 있다.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시각 게임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이는 패턴들은 시각정보와 전정정보를 처리하는 신경계에 서로 다른 형태의 부하를 제공하기 위해 사용된다.

특히 최근에는 태블릿PC, 대형 모니터, 프로젝터, 가상현실 장비 등을 이용하면서 과거의 기계식 ‘옵토키네틱 드럼(optokinetic drum)’을 디지털 화면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

그렇다면 줄무늬, 점, 회전무늬, 확대·축소되는 패턴은 각각 무엇을 위한 것일까.

전문가들이 먼저 강조하는 것은 “패턴마다 특정 질환을 치료하는 고유한 효능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이다. 중요한 것은 그림 자체보다 그 패턴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움직임의 방향과 속도, 시야를 차지하는 면적, 대비, 밀도 그리고 그 상황에서 사람이 머리와 몸을 어떻게 움직이느냐다.

움직이는 세상을 바라볼 때 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지하철 창밖을 바라본다고 생각해보자.

전봇대와 건물, 나무가 계속 한쪽 방향으로 지나간다. 우리의 눈은 움직이는 물체를 잠시 따라가다가 어느 순간 빠르게 원래 위치로 돌아오고 다시 다음 물체를 따라간다.

이처럼 넓은 시야에서 반복적인 움직임이 들어올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반응이 옵토키네틱 안진, 즉 OKN(Optokinetic Nystagmus)이다.

OKN은 단순히 눈알이 움직이는 현상이 아니다. 움직이는 환경 속에서도 시각정보를 지속적으로 받아들이고 안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정상적인 안구운동 반응이다.

전정재활 분야에서는 이러한 반응을 일으키는 움직이는 시각 자극을 옵토키네틱 자극(Optokinetic Stimulation·OKS)이라고 부른다.

2022년 미국물리치료협회 신경물리치료분과가 발표한 전정재활 임상진료지침에서도 optokinetic stimulation은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패턴이나 복잡한 시각 환경을 이용한 훈련으로 소개된다. 자극의 속도와 방향, 크기, 색상뿐 아니라 인지과제와 자세, 보행까지 변화시키면서 난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화면에서 무언가가 움직인다는 것은 단순히 눈을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뇌에 계속해서 “주변 환경이 움직이고 있다”는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가장 기본적인 줄무늬…좌우·상하 움직임을 만드는 이유

전정재활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돼 온 대표적인 자극이 검은색과 흰색의 반복되는 세로줄이다.

세로줄을 오른쪽으로 계속 이동시키면 눈은 자연스럽게 오른쪽으로 패턴을 따라가려 한다. 이후 빠르게 왼쪽으로 돌아오면서 다시 다음 줄무늬를 따라간다.

패턴의 이동 방향을 반대로 바꾸면 안구운동 역시 반대 방향으로 유도된다.

좌우뿐 아니라 위아래 방향으로도 같은 원리를 사용할 수 있다.

이러한 자극은 시각계만 독립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눈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시스템은 전정계와 매우 긴밀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넓은 시야의 움직임은 시각-전정 상호작용(visual-vestibular interaction)을 지속적으로 요구한다.

과거부터 전정재활에서는 이런 optokinetic visual stimulus가 망막상(retinal image)의 움직임, 즉 ‘retinal slip’을 만들어내며 시선 안정화와 관련된 적응 과정에 활용될 수 있다는 연구가 이어져 왔다.

따라서 줄무늬는 특별한 마법의 무늬라기보다 움직임의 방향을 매우 명확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라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하다.

점이 화면 밖으로 퍼지는 패턴…‘내가 앞으로 가는 느낌’을 만든다

또 다른 대표적인 패턴은 수많은 점이 중앙에서 바깥쪽으로 퍼져나가는 화면이다.

가만히 앉아서 화면만 보고 있어도 마치 자신이 앞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다.

반대로 화면 가장자리의 점이 중앙으로 빨려 들어오면 뒤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각정보를 optic flow, 즉 광학 흐름이라고 한다.

우리가 실제로 걸을 때도 망막에는 비슷한 변화가 발생한다. 앞으로 걸어가면 시야 중심부에 있던 물체가 점차 바깥쪽으로 퍼져나간다. 뇌는 이러한 시각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이동방향과 속도, 주변 환경과의 상대적 움직임을 판단한다.

때문에 radial pattern, expanding pattern처럼 중앙에서 바깥으로 퍼지거나 안쪽으로 모이는 형태의 화면은 단순한 안구운동보다 자기 움직임(self-motion)을 모사하는 시각 자극의 의미가 강하다.

이때 서 있거나 걷게 만들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눈에서는 “움직이고 있다”는 강한 정보가 들어오는데 발바닥과 관절에서 들어오는 체성감각, 내이의 전정기관에서는 실제 움직임의 크기가 다르게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뇌는 서로 일치하지 않는 여러 감각정보 중 무엇을 더 신뢰할 것인지 다시 계산해야 한다.

이 과정이 바로 전정재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sensory integration 또는 sensory reweighting과 연결된다.

화면이 회전하면 왜 어지러울까

패턴 전체가 시계 방향이나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화면은 일반적인 좌우 이동보다 강한 불편감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사람의 시야 대부분이 한 방향으로 회전하면 뇌는 마치 자신이나 주변 공간이 회전하고 있는 것 같은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지만 대형마트의 움직이는 사람들, 자동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도로, 복잡한 스크린, 에스컬레이터나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에서 어지럼을 강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이를 광범위하게 visual motion sensitivity 또는 visual motion hypersensitivity와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전정기능 이상, 뇌진탕, 편두통 등 여러 상태에서 시각적 움직임에 대한 과민반응이 보고돼 왔다. 다만 이러한 증상 하나만으로 특정 질환을 진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정재활에서는 환자가 증상을 일으키는 시각 자극에 단계적으로 노출되면서 과도한 반응이 감소하도록 만드는 habituation, 즉 습관화 전략을 사용할 수 있다.

처음에는 느리고 단순한 움직임에서 시작하고 이후 속도와 시야의 크기, 패턴의 복잡성을 증가시키는 방식이다.

촘촘한 체크무늬가 유난히 힘든 이유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화면이라도 큰 점 몇 개가 이동하는 것과 수백 개의 작은 체크무늬가 화면 전체에서 움직이는 것은 체감 난도가 크게 다르다.

이것은 단순히 패턴이 ‘화려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움직임을 나타내는 시각적 요소가 많아지면서 뇌에 입력되는 시각적 움직임 정보의 양이 증가하고, 화면이 차지하는 시야가 커질수록 주변시야까지 강하게 자극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각 훈련에서는 패턴 자체뿐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조절할 수 있다.

패턴의 속도, 움직이는 방향, 점이나 선의 개수, 패턴의 크기, 명암 대비, 화면의 크기, 사용자의 화면과의 거리, 머리 움직임, 자세, 보행 여부 등이다.

예를 들어 휴대전화 화면 속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줄무늬와 벽면 전체를 프로젝터로 채운 빠른 줄무늬는 이름상으로는 동일한 optokinetic stimulation이지만 실제 사용자가 받는 감각적 부담은 상당히 다를 수 있다.

따라서 “어떤 패턴이 가장 좋은가”라는 질문에는 하나의 정답이 존재하기 어렵다.

VOR 훈련과 움직이는 패턴 훈련은 같은 것이 아니다

시각·전정 훈련에서 가장 자주 혼동되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VOR 훈련과 optokinetic 훈련을 같은 운동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VOR은 Vestibulo-Ocular Reflex, 우리말로 전정안반사를 의미한다.

예를 들어 벽에 있는 글자 하나를 바라본 상태에서 머리를 좌우로 움직여보자.

머리가 오른쪽으로 움직여도 눈은 반대 방향으로 적절하게 움직이면서 목표물을 계속 바라보려고 한다.

이러한 기능 덕분에 걷거나 달리면서 머리가 움직여도 세상이 심하게 흔들려 보이지 않는다.

전정재활에서 가장 잘 알려진 VOR ×1 훈련은 고정된 목표물을 바라보면서 머리를 좌우 또는 상하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반면 optokinetic training은 머리를 움직이지 않더라도 주변 시야 자체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다.

즉 두 방법은 서로 관련돼 있지만 동일한 자극은 아니다.

최근 전정재활 문헌에서도 적응(adaptation), 대체(substitution), 습관화(habituation)를 서로 구분하고 있으며, VOR ×1과 같은 시선 안정화 훈련과 움직이는 시각환경을 이용한 habituation은 목적과 자극 방식에 차이가 있다.

여기에 난도를 한 단계 더 높일 수도 있다.

움직이는 배경을 보여주면서 중앙의 한 점을 계속 보게 하고 동시에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때는 움직이는 시각적 환경을 처리하면서 동시에 머리 움직임에 대해 시선을 안정화해야 한다.

시각계와 전정계뿐 아니라 경추의 고유수용성 감각, 자세조절까지 동시에 관여하게 되면서 요구되는 감각 통합 수준이 크게 높아진다.

결국 핵심은 ‘무늬’가 아니라 변수를 조절하는 것

시각훈련 프로그램을 처음 접하면 프로그램 안에 존재하는 수십 가지 패턴이 각각 다른 치료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임상적 관점에서는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세로줄은 A질환, 점무늬는 B질환, 회전무늬는 C질환’이라고 일대일로 대응시키는 방식은 근거가 부족하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관계다.

시각 자극의 형태
→ 망막에서 감지되는 움직임
→ 안구운동 반응
→ 전정정보와의 비교
→ 체성감각과의 통합
→ 머리와 몸의 자세조절

따라서 동일한 줄무늬조차 프로그램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훈련이 될 수 있다.

의자에 앉아 화면만 보는 가장 단순한 단계에서 시작해 서 있는 상태, 좁은 지지면, 머리 회전, 체중 이동, 스쿼트, 보행과 결합하면 같은 패턴도 훨씬 복잡한 감각운동 과제가 된다.

미국물리치료협회의 전정재활 가이드라인 역시 OKS와 가상현실 자극에서 속도와 방향, 자극의 크기·색상, 인지적 부하뿐 아니라 서기, 체중이동, 균형, 보행 등을 결합해 자극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세게 하면 더 좋다’는 접근은 위험

이런 훈련에서 또 하나 주의할 부분이 있다.

화면을 더 빠르게 움직이고, 더 복잡한 패턴을 사용하고, 더 큰 화면을 사용한다고 항상 훈련효과가 증가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각적 움직임에 민감한 사람은 강한 자극에서 메스꺼움, 두통, 어지럼, 불안정감 등을 느낄 수 있다.

재활에서 habituation은 증상을 무조건 견디는 훈련과 다르다.

대개 개인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에서 증상을 유발하는 자극을 반복적으로 경험하게 하고 점차 난도를 증가시키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2024년 발표된 optokinetic stimulation에 대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에서는 10개 연구, 총 468명을 분석했다. 일부 동적 균형검사에서는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지만 어지럼 장애 정도나 주관적 어지럼 지표에서는 일관된 우월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며, 연구진은 전반적인 근거 수준을 낮거나 매우 낮은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Optokinetic stimulation은 전정재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지 모든 어지럼이나 균형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치료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목을 움직이는 재활에도 활용할 수 있을까

시각·전정 훈련은 경추 움직임을 포함하는 재활에서도 흥미로운 도구가 될 수 있다.

사람이 고개를 돌리는 동안 시야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려면 전정기관뿐 아니라 안구운동계와 경추에서 들어오는 고유수용성 정보가 함께 처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정된 목표물을 바라보면서 천천히 머리를 움직이고, 이후 배경 움직임을 추가하거나 서기·보행 과제를 결합하는 방식은 머리 움직임과 시선 안정화, 자세조절을 동시에 요구하는 sensorimotor training으로 구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초기 단계에서는 고정된 목표물을 사용한다.

다음 단계에서는 머리의 작은 회전을 추가한다.

이후 느린 배경 움직임을 넣고, 적응이 되면 움직이는 배경 속에서 머리를 회전한다.

최종적으로 서기나 체중이동, 보행과 결합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구분해야 할 부분이 있다.

현재 근거만으로 optokinetic stimulation이나 VOR 훈련이 경추 추간판 문제, 이른바 목디스크 자체를 치료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목의 움직임을 지나치게 회피하거나 머리를 움직이는 상황에서 시각적 불안정감을 느끼는 사람에게 적절한 평가를 전제로 시선 안정화와 감각운동 통합 훈련의 일부로 사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즉 구조적인 디스크 병변을 치료하는 것과 사람이 머리를 움직이면서 시각·전정·경추 감각을 안정적으로 사용하는 능력을 훈련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시각 트레이닝의 본질은 ‘눈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다

시각 트레이닝이라는 표현 때문에 흔히 눈의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전정재활에서 사용하는 움직이는 패턴의 핵심은 눈 근육의 근력을 키우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뇌가 끊임없이 들어오는 시각·전정·체성감각 정보를 비교하고 상황에 따라 어느 정보를 더 신뢰해야 하는지 조정하도록 만드는 데 가깝다.

우리는 가만히 서 있는 순간에도 눈과 전정기관, 발바닥, 관절, 목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위치를 계산하고 있다.

걷기 시작하면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머리가 위아래와 좌우로 흔들리고 눈앞의 배경은 계속 이동하며 발에서는 매 순간 다른 압력 정보가 들어온다.

뇌는 그 복잡한 정보 속에서도 세상이 안정돼 있다고 판단해야 한다.

줄무늬, 점, 체크무늬, 회전무늬, 확대와 축소 패턴을 사용하는 이유도 결국 여기에 있다.

다양한 시각적 움직임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뇌가 시각과 전정, 자세조절 정보를 통합해야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좋은 시각·전정 훈련은 화려한 프로그램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보다 어떤 자극을 왜 선택하고, 어느 속도와 범위에서 시작하며, 언제 머리 움직임과 자세 과제를 추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

패턴은 도구다.

진짜 훈련 대상은 화면 속의 눈이 아니라, 움직이는 세상 속에서도 시선을 안정시키고 몸의 위치를 파악해야 하는 인간의 감각운동 시스템 전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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