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이 아파야 운동이 잘된 것일까?”… 우리가 근육통에 대해 잘못 알고 있던 것들
강도 높은 운동을 마친 다음 날 아침, 침대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허벅지가 뻣뻣해진다. 계단을 내려갈 때마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전날 운동했던 가슴이나 팔을 손으로 살짝 눌러도 통증이 느껴진다.
운동 직후에는 괜찮았는데 왜 통증은 하루가 지나서야 시작되는 것일까.
이처럼 낯설거나 강도 높은 운동을 한 뒤 수시간이 지나 발생하는 근육의 통증과 뻣뻣함을 지연성 근육통(Delayed Onset Muscle Soreness·DOMS)이라고 한다.
DOMS는 보통 운동 직후가 아니라 수시간 뒤부터 나타나기 시작하며, 대체로 운동 후 1~3일 사이에 가장 심해진다. 특히 평소 하지 않던 운동이나 익숙하지 않은 동작을 수행했을 때, 또는 근육이 힘을 내면서 길어지는 이른바 ‘신장성 근수축’을 많이 했을 때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가 내리막길 달리기다.
오르막길에서는 주로 근육이 짧아지면서 힘을 내지만, 내리막길에서는 몸이 아래로 무너지지 않도록 허벅지 근육이 늘어나면서 버텨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에서도 무게를 들어 올리는 순간보다 바벨이나 덤벨을 천천히 내려놓는 과정에서 이러한 신장성 수축이 크게 나타난다.
스쿼트 후 의자에 천천히 앉는 동작, 풀업에서 몸을 내려오는 동작, 달리기 중 착지하는 순간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도대체 근육에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 “젖산염이 쌓여서 아픈 것이다?”… 가장 오래된 오해
DOMS를 설명할 때 가장 흔하게 등장했던 단어는 오랫동안 ‘젖산염’이었다.
많은 사람은 격렬한 운동을 하면 젖산염이 근육에 쌓이고, 이 젖산염이 다음 날까지 남아 근육통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DOMS를 이처럼 단순하게 설명하는 견해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DOMS는 운동 후 수시간이 지난 뒤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보통 24~72시간 사이에 강하게 느껴진다. 반면 운동 중 증가한 젖산염의 변화는 이와 전혀 다른 시간적 양상을 보인다.
과거에는 DOMS의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 젖산염 축적설, 근육 경련설, 결합조직 손상설, 근섬유 손상설, 염증설 등 다양한 이론이 제시됐다. 현재는 DOMS를 어느 한 가지 물질 때문에 발생하는 단순한 현상이라기보다, 익숙하지 않은 기계적 부하 이후 나타나는 조직 변화와 염증 반응, 통증 감각계의 민감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즉, “젖산염을 빼야 근육통이 사라진다”는 설명은 DOMS의 복잡한 과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표현이다.
■ DOMS는 ‘근육이 찢어져서’ 생기는 것일까
DOMS를 설명하는 또 다른 유명한 표현은 “운동으로 근육에 미세한 상처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완전히 틀린 설명은 아니다.
특히 익숙하지 않은 고강도 신장성 운동은 근육과 주변 조직에 상당한 기계적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이후 세포와 조직 수준의 변화가 발생하고 여러 염증성 신호와 통증 관련 물질이 작용하면서 통증 감각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근육 손상의 정도와 우리가 느끼는 통증의 정도가 정확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운동 후 통증, 근력 감소, 관절가동범위 변화, 부종, 혈중 크레아틴키나아제(CK) 등의 지표가 서로 항상 같은 정도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통증이 매우 심하다고 해서 반드시 근육이 심하게 손상됐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반대로 통증이 거의 없다고 해서 운동 자극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이는 DOMS를 단순한 ‘근육 파괴의 계기판’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DOMS의 통증 발생에 근섬유 자체의 구조적 손상뿐 아니라 통증을 감지하는 감각신경의 변화와 민감화가 중요할 가능성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뚜렷한 조직 손상이 크지 않은 조건에서도 DOMS와 유사한 통증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DOMS를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려면 “근육이 찢어져서 아픈 것”보다는 낯선 기계적 부하 이후 조직과 감각계에서 발생하는 복합적인 통증 반응이라고 보는 편이 적절하다.
■ “근육통이 심해야 운동이 잘된 것이다”는 착각
헬스장에서는 종종 이런 말을 듣는다.
“다음 날 안 아프면 운동이 안 된 거야.”
그러나 DOMS는 운동 효과를 평가하는 정확한 기준이 아니다.
새로운 운동을 처음 하면 비교적 가벼운 강도에서도 심한 DOMS가 발생할 수 있다. 반대로 오랫동안 꾸준히 훈련한 사람은 매우 강한 운동을 하고도 통증을 거의 느끼지 않을 수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반복 효과(Repeated Bout Effect)를 알아야 한다.
한 번 특정한 형태의 운동을 경험하고 나면, 이후 같은 운동을 다시 수행했을 때 근육통과 기능 저하가 이전보다 작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몸은 같은 자극에 적응한다. 실제로 특정 수축 형태에 대한 훈련 경험은 이후의 근육통 반응을 감소시킬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초보자가 스쿼트 몇 세트 후 사흘 동안 걷지 못할 정도로 아팠다고 해서 운동 효과가 더 뛰어났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숙련자가 운동 다음 날 멀쩡하다고 해서 운동이 실패한 것도 아니다.
근육통은 어디까지나 새로운 자극에 대한 신체 반응 중 하나일 뿐이다.
운동의 질은 근육통보다 훈련량과 강도의 계획, 운동 수행 능력의 향상, 근력 증가, 기술 개선, 장기적인 신체 변화 등을 통해 판단해야 한다.
“얼마나 아픈가”보다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가”가 훨씬 중요한 질문이다.
■ DOMS가 있을 때 운동해도 될까
가벼운 DOMS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운동을 완전히 중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가벼운 신체 활동은 일시적으로 통증과 뻣뻣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오래전부터 DOMS 상황에서 가벼운 근육 활동은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방법 중 하나로 관찰돼 왔다. 다만 활동을 멈춘 뒤 다시 통증이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을 곧바로 ‘근육이 완전히 회복됐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여기서 기준은 단순히 “아프냐, 안 아프냐”가 아니다.
통증이 약하고 정상적인 움직임이 가능하며 운동 자세와 힘 발휘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면 강도를 낮춰 운동하거나 다른 부위를 훈련할 수 있다.
반대로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변하고, 관절가동범위가 제한되며, 평소보다 근력이 크게 떨어져 운동 자세가 무너진다면 고강도 훈련을 강행하는 것은 좋은 선택이 아니다.
예를 들어 허벅지 근육통 때문에 스쿼트에서 정상적인 깊이를 만들지 못하거나, 걸음걸이 자체가 변했다면 “참고 운동하면 강해진다”는 식으로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
DOMS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 얼마나 회복됐는가다.
■ 스트레칭을 하면 근육통이 빨리 사라질까
운동 후 스트레칭은 가장 대중적인 회복 방법이다.
그러나 스트레칭이 DOMS를 획기적으로 제거한다는 근거는 강하지 않다. 운동 후 스트레칭이 근육통 감소와 근력 및 가동범위 회복에 도움이 되는지를 조사한 연구들에서도, 다른 회복 방법이나 단순한 휴식보다 뚜렷하게 우월하다고 보기 어려운 결과가 보고됐다.
물론 가볍게 몸을 움직이거나 편안한 범위에서 스트레칭하는 것이 기분상 시원하고 일시적으로 움직임을 편하게 만들 수는 있다.
문제는 “근육통이 심할수록 더 강하게 늘려야 빨리 풀린다”는 생각이다.
이미 민감해진 조직을 통증을 참아가며 강하게 늘리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 아니다.
스트레칭은 고통을 제거하기 위한 치료라기보다 편안한 움직임을 회복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보는 편이 현실적이다.
■ 마사지·폼롤러·냉수욕… 무엇이 가장 효과적일까
DOMS가 생기면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을 찾는다.
마사지, 폼롤러, 냉수욕, 압박복, 찜질, 스트레칭, 영양제까지 회복 시장은 매우 크다.
그중 비교적 일관되게 연구되는 방법 중 하나가 마사지다. 여러 운동 후 회복 방법을 비교한 분석에서는 마사지가 DOMS와 주관적 피로를 줄이는 데 비교적 효과적인 방법으로 나타났다. 압박복과 냉수욕 역시 근육통이나 피로감 감소에 일부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냉수욕도 단기적인 근육통 감소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을 포함한 분석에서도 냉수욕이 급성 고강도 운동 이후 DOMS를 줄이는 효과가 보고되고 있다. 다만 통증이 줄었다고 해서 모든 종류의 근력과 운동 수행 능력이 같은 비율로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폼롤러 역시 운동 후 근육통을 줄이고 일부 운동 수행 능력의 회복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연구돼 왔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이러한 방법들은 대부분 DOMS를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이 아니라 증상을 어느 정도 조절하는 회복 전략이다.
어떤 마사지 한 번으로 ‘근육 속 독소가 빠지고’, 어떤 스트레칭으로 ‘젖산이 모두 제거되며’, 어떤 특수 장비가 ‘근육 손상을 즉시 복구한다’는 식의 설명은 과학적 현실과 거리가 있다.
■ 최고의 예방은 결국 ‘적응’이다
DOMS를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특별한 회복 장비가 아니라 운동량을 점진적으로 늘리는 것이다.
새로운 운동을 처음부터 너무 많은 양으로 수행하면 DOMS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신장성 부하가 큰 운동을 갑자기 많은 양으로 수행하면 통증과 기능 저하가 커질 수 있다.
반대로 적은 양부터 시작해 반복적으로 노출하면 신체는 점차 적응한다.
오랜만에 러닝을 시작한다면 첫날부터 내리막길을 전력으로 달릴 필요가 없다. 처음 스쿼트를 시작한 사람이 첫날부터 10세트를 할 이유도 없다. 클라이밍을 처음 시작한 사람이 손가락과 전완근이 적응하기 전에 매일 한계까지 매달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은 프로그램은 사람을 최대한 아프게 만드는 프로그램이 아니다.
다음 훈련을 지속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극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 통증은 자극의 증거일 수 있지만, 성장의 성적표는 아니다
DOMS는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새롭고 익숙하지 않은 운동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러나 그 통증을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도, 반대로 훈장처럼 추구할 필요도 없다.
근육통이 심하다고 근육이 반드시 더 많이 성장한 것은 아니다.
근육통이 없다고 운동 효과가 없는 것도 아니다.
마사지와 냉수욕, 폼롤러는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지만 DOMS를 마법처럼 없애는 방법은 아니다. 강한 스트레칭으로 통증을 억지로 ‘풀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통증의 정도가 아니라 운동 자극과 회복, 그리고 적응의 균형이다.
운동 후 몸이 아픈지를 확인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지난달보다 더 강해졌는가.”
“더 나은 움직임을 만들고 있는가.”
“그리고 이 운동을 다음 주에도 계속할 수 있는가.”
DOMS는 운동의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운동의 목적은 결코 DOMS 그 자체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