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전·산후 운동의 숨은 핵심, 골반기저근…무조건 조이기보다 ‘수축 이완’ 조절능력이 더 중요하다

0
4

임신과 출산을 경험한 여성에게 운동은 단순한 체중 관리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임신 중 변화한 자세와 호흡을 조절하고, 출산 후 일상생활과 운동으로 안전하게 복귀하기 위해서는 복부와 허리뿐 아니라 골반 아래쪽을 지지하는 ‘골반기저근’의 기능을 회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골반기저근은 치골에서 꼬리뼈 방향으로 이어져 골반의 아래쪽을 받치는 근육군이다. 방광과 자궁, 직장 등 골반 내 장기를 지지하고 소변과 대변을 조절하는 데 관여한다. 이와 함께 호흡과 복압 조절, 성 기능, 배변 기능, 몸통과 골반의 안정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골반기저근의 문제는 단순한 요실금에서 끝나지 않고 골반의 묵직함, 배변 장애, 성교통, 골반 통증, 골반장기탈출 등의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신과 출산은 골반기저근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시기다. 임신 중에는 태아와 자궁의 무게가 증가하면서 골반기저부가 장기간 아래 방향의 부하를 받는다. 배가 앞으로 나오면서 무게중심과 척추·골반 정렬이 달라지고, 횡격막의 움직임과 복압을 조절하는 방식도 변화한다.

여기에 질식분만 과정에서는 골반기저근과 주변 결합조직, 신경이 크게 늘어나거나 손상될 수 있다. 흡입분만이나 겸자분만, 항문괄약근 손상 등을 경험했다면 골반기저 기능 이상 위험을 더욱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영국 국립보건임상연구원인 NICE도 임신과 출산을 골반기저 기능 이상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설명하며, 임신부와 최근 출산한 여성에게 골반기저근 운동을 권장하고 있다.

골반기저근 운동, 요실금 예방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골반기저근 운동이 가장 널리 알려진 이유는 요실금 때문이다. 기침하거나 재채기할 때, 뛰거나 무거운 물건을 들 때 소변이 새는 복압성 요실금은 임신 중과 출산 후 흔히 나타날 수 있다.

골반기저근이 적절하게 수축하면 요도와 방광경부를 지지하면서 갑작스럽게 증가한 복압에 대응할 수 있다. 반대로 기침이나 점프, 물건 들기처럼 복압이 상승하는 순간에 골반기저근이 늦게 반응하거나 아래로 밀려나면 소변 누출과 골반의 압박감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코크란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는 임신 초기부터 구조화된 골반기저근 훈련을 시행하는 것이 임신 후기의 요실금 발생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임신 중 집중적인 골반기저근 운동이 임신 기간뿐 아니라 출산 후 요실금 예방에도 효과를 보였다는 무작위 대조시험 결과도 있다.

최근 산후 운동을 분석한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도 출산 후 첫 1년 동안 시행한 골반기저근 훈련이 요실금 가능성을 약 37%, 골반장기탈출 가능성을 약 56% 낮추는 것과 관련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개인의 출산 손상 정도와 운동 방식, 지도 여부가 서로 다르므로 이 수치를 모든 산모에게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된다.

골반기저근은 몸통 안정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몸통을 하나의 압력 용기로 생각하면 위쪽에는 횡격막, 앞과 옆에는 복근, 뒤쪽에는 척추 주변 근육, 아래쪽에는 골반기저근이 위치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 횡격막이 내려가면 복강 내부의 압력은 골반기저부까지 전달된다. 이때 골반기저근은 무조건 단단히 버티기보다 압력을 받아들이면서 적절하게 늘어나야 한다. 숨을 내쉬거나 힘을 써야 할 때는 복부 근육과 함께 반응해 압력을 조절한다.

따라서 산전·산후 운동에서 골반기저근 훈련은 ‘세게 조이는 힘’만 키우는 것이 아니다. 수축력과 지구력, 빠른 반응 능력뿐 아니라 이완 능력과 호흡에 맞춰 반응하는 타이밍까지 회복하는 과정이다. NICE 역시 골반기저근 운동을 근력·지구력·파워뿐 아니라 이완 능력 또는 이들의 조합을 향상시키는 운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필라테스가 산전·산후 운동에 활용되는 이유

필라테스는 호흡과 몸통 조절, 척추와 골반의 정렬, 저강도에서 중강도로 이어지는 점진적 저항 운동을 강조한다. 이 같은 특성은 산전·산후 골반기저근 운동과 잘 연결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임신 중에는 옆으로 눕거나 네발기기, 앉은 자세, 기구의 도움을 받는 자세를 활용해 복부에 과도한 압력을 주지 않으면서 호흡과 골반기저근의 움직임을 익힐 수 있다. 출산 후에는 호흡 운동에서 시작해 골반 움직임, 브리지, 팔·다리 움직임, 스쿼트와 런지 등으로 점차 확장할 수 있다.

필라테스의 가장 큰 장점은 골반기저근 운동을 일상적인 움직임 안에 통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운 상태에서 골반기저근만 반복적으로 조이는 데 머무르지 않고, 앉기와 일어서기, 물건 들기, 아기 안기처럼 실제 생활에서 필요한 움직임과 연결할 수 있다.

또한 필라테스는 자신의 호흡과 몸의 압력 변화를 느끼는 신체 인식 능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 동작 중 배가 과도하게 앞으로 밀려나오는지, 회음부에 아래로 누르는 느낌이 생기는지, 숨을 참고 버티는지 등을 스스로 확인하는 습관을 만들 수 있다.

하지만 ‘필라테스를 하면 골반기저근이 저절로 강해진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건강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일반적인 필라테스 운동만으로 골반기저근 기능이 뚜렷하게 향상된다는 근거가 확인되지 않았다. 임신부를 대상으로 필라테스에 의도적인 골반기저근 수축을 결합한 연구에서도 운동 참여율은 높아졌지만, 근력 측정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는 필라테스가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필라테스는 골반기저근 운동을 호흡, 복부 근육, 둔근, 척추와 골반의 움직임에 통합하는 좋은 운동 체계다. 그러나 골반기저근을 정확하게 수축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일반적인 브리지나 복부 운동만 시킨다고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산전·산후 필라테스는 골반기저근의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하게 하고, 실제 수축과 이완을 확인한 뒤 이를 전신 움직임에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한다.

“배꼽 당기고 아래를 꽉 조이세요”라는 지시가 위험할 수 있는 이유

골반기저근 운동에서 가장 흔한 오류는 힘을 강하게 주는 것만 강조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골반기저근을 수축하려 할 때 엉덩이와 허벅지를 동시에 조이거나 숨을 참는다. 배 전체를 강하게 안으로 끌어당기면서 오히려 회음부를 아래로 밀기도 한다.

올바른 골반기저근 수축은 소변과 가스를 참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지만 실제 배뇨 중 소변을 반복적으로 끊어 연습해서는 안 된다. 회음부가 안쪽과 위쪽으로 부드럽게 이동해야 하며, 수축이 끝난 뒤에는 다시 충분히 이완돼야 한다.

골반기저근은 약해서 문제가 생기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긴장돼서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근육이 이미 계속 긴장된 상태라면 더 강한 케겔 운동을 반복할수록 골반 통증, 배뇨 곤란, 변비, 성교통 등이 악화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근력 강화보다 호흡을 이용한 이완, 골반 주변 근육의 긴장 감소, 배변 습관 교정 등이 먼저 필요할 수 있다. NICE도 전문적인 골반기저근 프로그램을 지도할 때 수축 능력뿐 아니라 이완 능력을 함께 평가하고, 불편감과 개인의 목표에 따라 프로그램을 조정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필라테스 지도자 역시 모든 산모에게 같은 지시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항상 골반기저근을 조이세요”, “운동하는 동안 계속 힘을 유지하세요”와 같은 지시는 불필요한 과긴장을 만들 수 있다.

안정적인 몸통은 모든 근육을 최대한 강하게 고정해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움직임의 강도와 방향에 따라 필요한 만큼 수축하고, 필요하지 않을 때 이완할 수 있어야 한다.

산전 필라테스, 분만을 위해서는 수축과 이완을 모두 배워야

임신 중 골반기저근 운동의 첫 번째 목표는 골반기저근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다. 편안하게 숨을 들이마실 때 골반기저부가 부드럽게 확장되는 느낌을 익히고, 숨을 내쉬면서 회음부를 가볍게 들어 올리는 연습을 할 수 있다.

기침이나 재채기, 물건 들기 직전에 골반기저근을 짧게 수축하는 연습도 도움이 된다. 이는 갑작스러운 복압 상승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훈련이다. 이후 스쿼트와 힙힌지, 런지, 로우와 같은 전신 운동에 호흡과 골반기저근 반응을 연결할 수 있다.

그러나 출산을 준비할 때는 이완 능력도 중요하다. 특히 질식분만 과정에서는 골반기저근이 아기의 하강을 허용하도록 충분히 늘어나야 한다. 평소 골반기저근을 계속 조이는 습관만 들이면 힘을 빼야 할 때 오히려 이완하기 어려울 수 있다.

따라서 산전 필라테스에서는 근육을 ‘강하게 만드는 것’과 함께 ‘필요할 때 내려놓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힘을 쓰는 구간에서는 숨을 내쉬고, 회복 구간에서는 다시 긴장을 풀어주는 방식이 기본이 된다.

산후 운동은 날짜보다 증상을 기준으로 진행해야

출산 후에는 “몇 주가 지났으니 이 운동을 해도 된다”는 식으로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질식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회음부 손상과 출혈의 정도, 통증, 수면 부족, 임신 전 운동 경험 등에 따라 회복 속도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산부인과학회는 의학적으로 안전하다면 출산 후 운동을 점진적으로 재개할 수 있으며, 골반기저근 운동은 출산 직후부터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초기 운동은 통증을 참고 강하게 조이는 훈련이 아니라 편안한 호흡과 낮은 강도의 인식 운동에 가깝다.

초기에는 편안한 호흡과 가벼운 수축·이완에서 시작하고, 증상이 없다면 앉았다 일어나기, 브리지, 네발기기 자세에서의 팔다리 움직임 등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후 걷기와 스쿼트, 런지, 저항 운동, 달리기와 점프 순으로 부하를 높인다.

중요한 것은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동작 후 증상이 나타나지 않느냐이다. 운동 중이나 운동 후 소변이 새거나 골반이 아래로 빠질 듯 묵직하고, 질 내부에 이물감이나 돌출감이 느껴진다면 부하가 현재의 회복 능력을 넘어선 것일 수 있다.

제왕절개를 했다고 골반기저근 운동이 필요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질식분만에 따른 직접적인 신장 손상은 피했더라도 임신 기간 동안 증가한 무게와 복압, 호흡과 자세 변화의 영향을 이미 받았기 때문이다.

골반기저근 운동, 산전·산후 필라테스의 ‘한 동작’ 아닌 전체 원리 돼야

산전·산후 운동에서 골반기저근 운동은 프로그램 마지막에 케겔 운동 몇 회를 추가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호흡, 자세, 복압, 일상생활 동작과 연결된 전체 운동 원리로 적용돼야 한다.

필라테스는 이를 구현하기에 적합한 운동 방법이다. 낮은 강도에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고, 다양한 자세와 기구를 이용해 단계적으로 저항을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필라테스라는 이름 자체가 안전성과 효과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임신 주수와 출산 형태, 통증과 출혈, 골반기저 증상, 복벽 기능을 평가하지 않고 일반 회원과 동일한 동작을 적용한다면 오히려 복압을 과도하게 높일 수 있다.

소변이나 대변이 반복적으로 새는 증상, 갑작스럽고 강한 요의, 배뇨·배변의 어려움, 질이나 항문 주변의 통증, 성교통, 골반의 묵직함, 질 입구에서 무언가 튀어나오는 느낌이 있다면 운동 강도를 높이기보다 산부인과 또는 골반저 전문 물리치료사의 평가를 받는 것이 우선이다. 골반기저 기능 이상은 요실금뿐 아니라 골반장기탈출, 성 기능 장애, 만성 골반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산전·산후 운동의 목표를 ‘출산 전 몸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것’으로 설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더 중요한 목표는 임신과 출산을 거치며 달라진 몸이 압력을 다시 안전하게 조절하고, 아기를 안고 들어 올리며 걷고 달리는 일상생활을 감당할 수 있도록 기능을 재건하는 것이다.

그 중심에 골반기저근이 있다. 그리고 필라테스는 골반기저근을 무조건 조이는 운동이 아니라 호흡하고 이완하며 움직임 속에서 적절히 반응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활용될 때 산전·산후 운동의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다.

회신을 남겨주세요

Please enter your comment!
Please enter your name he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