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항운동 반복 횟수가 늘어나면 근성장이 멈춘다? (feat. mTOR , AMP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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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운동을 설명하는 콘텐츠에서 자주 등장하는 두 단백질이 있다. 하나는 근육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을 촉진한다고 알려진 ‘mTOR’이고, 다른 하나는 에너지 부족을 감지해 mTOR를 억제한다고 알려진 ‘AMPK’다. 이를 근거로 “저항운동을 시작하면 mTOR가 활성화되지만, 반복 횟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AMPK가 활성화돼 근성장이 멈춘다”는 설명이 널리 퍼져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설명에는 일부 사실이 포함돼 있지만, 실제 인체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것이다. mTOR와 AMPK는 운동 중 새롭게 만들어져 ‘나오는’ 물질이 아니다. 두 단백질은 이미 세포 안에 존재하며, 운동의 종류와 강도, 지속시간, 에너지 상태, 영양 상태 등에 따라 활성도가 달라지는 신호전달 체계다.

특히 “몇 회 이상 운동하면 mTOR에서 AMPK로 전환된다”는 식의 명확한 반복 횟수 기준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8회까지는 mTOR가 작동하고 9회부터 AMPK가 작동하는 것처럼 두 체계가 교대하는 것도 아니다. 두 신호는 한 운동 세션 안에서도 동시에 활성화될 수 있으며, 측정 시점과 근육의 에너지 상태에 따라 서로 다른 양상을 보일 수 있다.

근육을 성장시키는 것은 ‘mTOR’보다 정확히는 mTORC1

일반적으로 근성장과 관련해 언급되는 mTOR는 정확하게는 ‘mTOR complex 1’, 즉 mTORC1을 뜻한다. mTORC1은 세포의 영양 상태와 에너지 상태, 성장인자, 아미노산, 기계적 부하 등의 정보를 통합해 단백질 합성과 세포 성장에 관여한다.

저항운동으로 근육에 충분한 기계적 장력이 가해지면 mTORC1과 그 하위 신호인 p70S6K1, 4E-BP1 등이 조절된다. 이는 리보솜이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번역 과정에 유리한 환경을 형성하고, 결과적으로 운동 후 근단백질 합성 증가에 기여한다.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특히 류신이 포함된 식품을 운동 후 섭취하면 이러한 합성 반응이 추가로 뒷받침될 수 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저항운동 후 단백질 섭취량에 따라 mTOR 관련 신호가 달라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사실이 하나 있다. 근단백질 합성은 운동을 수행하는 동안 계속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실제 수축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근육이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우선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단백질 합성이 일시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사람의 골격근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저항운동 중 AMPK 활성이 증가하고 4E-BP1의 인산화와 근단백질 합성이 감소했지만, 운동을 마친 뒤 1~2시간 동안에는 근단백질 합성이 안정 시보다 유의하게 증가했다. 따라서 저항운동의 동화작용은 운동 중에 근육이 실시간으로 커지는 과정이라기보다, 운동 자극을 받은 뒤 회복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반응으로 이해해야 한다.

AMPK는 ‘유산소 단백질’이 아니라 세포의 에너지 감지기

AMPK는 흔히 유산소운동을 하면 활성화되는 단백질로 소개된다. 그러나 더 정확한 표현은 세포의 에너지 상태를 감지하는 효소라는 것이다.

근수축이 반복되면 ATP가 사용된다. 에너지 소비가 커져 세포가 에너지 부족 상태에 가까워지면 AMPK가 활성화돼 ATP를 생산하는 대사과정을 촉진하고, 반대로 ATP를 많이 소비하는 합성과 성장 과정은 일시적으로 제한한다. 다시 말해 AMPK의 역할은 근성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에너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세포가 무리하게 성장과 합성을 계속하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이다.

AMPK는 TSC2를 활성화하거나 mTORC1의 구성 단백질인 Raptor를 인산화하는 방식으로 mTORC1 신호를 억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단백질 합성과 같은 에너지 소비성 과정을 줄이고 세포의 에너지 균형을 지키는 데 기여한다. 다만 최신 연구들은 AMPK와 mTORC1의 관계가 단순한 일방향 억제 구조가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복잡한 상호조절 체계라는 점을 강조한다.

“고반복이 되면 AMPK가 켜진다”는 말이 틀린 이유

운동 중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 AMPK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무게가 가벼워도 한 세트를 매우 오래 지속하거나, 세트 간 휴식을 짧게 잡거나, 많은 운동을 연속으로 수행하면 에너지 스트레스와 대사적 피로가 커질 수 있다.

그러나 AMPK 활성은 반복 횟수 하나로 결정되지 않는다. 같은 20회를 수행하더라도 사용한 중량, 동작 속도, 가동범위, 세트 지속시간, 실패지점까지 남은 반복 횟수, 세트 간 휴식, 총 운동량, 근육의 글리코겐 상태, 영양 섭취와 훈련 수준에 따라 세포가 받는 자극은 달라진다.

예를 들어 20회를 수행하고도 10회 이상 더 할 수 있었다면 높은 역치 운동단위가 충분히 동원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반면 20회 전후에서 실제 실패에 가깝게 도달했다면 가벼운 중량이더라도 점차 많은 운동단위가 동원되고 상당한 근비대 자극이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저중량·고반복 운동을 실패지점에 가깝게 수행한 연구에서는 고중량 운동과 비교해 유사한 근비대가 나타난 사례가 보고됐다. 젊은 남성을 대상으로 10주 동안 30% 1RM과 80% 1RM 조건을 비교한 연구에서도 충분한 세트와 노력이 확보됐을 때 저중량 조건이 근비대에 불리하다고 단정할 수 없었다. 이후 체계적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에서도 비교적 넓은 부하 범위에서 근비대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다만 최대근력 향상은 일반적으로 고중량 훈련이 더 유리한 경향을 보인다.

따라서 ‘고반복은 AMPK 운동이고 저반복은 mTOR 운동’이라는 구분은 생리학적으로 정확하지 않다. 고반복 운동에서도 mTORC1 신호와 근단백질 합성은 증가할 수 있으며, 반대로 무거운 중량을 사용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세트와 짧은 휴식을 적용하면 큰 에너지 스트레스와 피로가 발생할 수 있다.

짧은 휴식시간은 근성장에 유리할까

과거에는 세트 사이 휴식을 짧게 해 젖산과 성장호르몬 반응을 높이면 근비대에 유리하다는 주장이 널리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단기적인 호르몬 증가가 곧바로 해당 근육의 단백질 합성이나 장기적 근비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2016년 발표된 사람 대상 연구에서는 젊은 남성들이 75% 1RM으로 레그프레스와 레그익스텐션을 각각 4세트씩 실패까지 수행했다. 한 집단은 세트 사이에 1분, 다른 집단은 5분을 쉬었고 운동 후에는 두 집단 모두 유청단백질 25g을 섭취했다.

운동 후 0~4시간 동안 근원섬유 단백질 합성은 두 조건 모두 안정 시보다 증가했다. 하지만 증가 폭은 1분 휴식 조건에서 76%, 5분 휴식 조건에서 152%로 나타나 긴 휴식 조건이 더 컸다. 1분 휴식 조건에서는 AMPK와 REDD1 등의 신호가 더 높고, p70S6K와 rpS6 등 동화 관련 신호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그렇다고 1분 휴식이 근단백질 합성을 완전히 차단한 것은 아니다. 두 집단 모두 단백질 합성이 증가했으며, 운동 후 24~28시간에는 집단 간 차이가 사라졌다. 이 연구는 짧은 휴식으로 발생한 큰 대사적 피로가 운동 직후의 동화 반응을 일시적으로 둔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지만, AMPK가 mTOR를 완전히 꺼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이 결과 하나만으로 모든 운동에서 5분 휴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 내릴 수도 없다. 운동 목적과 운동 종목, 사용 중량, 세트 수, 숙련도에 따라 적절한 휴식시간은 달라진다. 다만 근비대와 수행량 유지가 주목적이라면, 무조건 휴식시간을 줄여 숨이 차고 근육이 타는 느낌을 만드는 것보다 다음 세트에서 충분한 반복과 기계적 장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AMPK가 활성화되면 mTOR는 반드시 꺼질까

세포 수준의 연구만 보면 AMPK와 mTORC1은 서로 반대되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람의 운동 상황에서는 그 관계가 단순하지 않다.

고강도 인터벌 사이클 운동으로 AMPK를 먼저 활성화한 뒤 저항운동을 수행한 연구에서도 저항운동에 따른 S6K1 활성은 억제되지 않았다. 또 무거운 저항운동 직후 유산소운동을 추가한 연구에서도 mTORC1-S6K1 신호가 뚜렷하게 차단되지 않았다. 이는 AMPK가 활성화됐다고 해서 근성장 신호가 자동으로 사라지는 것이 아니며, 저항운동의 기계적 자극과 영양 신호가 동시에 작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유산소운동과 저항운동을 함께 실시하는 병행훈련에서 간섭효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있지만, 이를 운동 직후 AMPK가 mTORC1을 억제하는 하나의 과정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인 간섭효과에는 전체 훈련량, 회복 부족, 운동 순서, 유산소운동의 종류와 빈도, 근육 손상, 신경근 피로, 에너지 섭취 부족 등이 함께 관여할 수 있다.

운동량은 많을수록 좋은가

한 세트보다 여러 세트를 수행했을 때 근단백질 합성 반응의 크기와 지속시간이 커질 수 있다. 저항훈련 경험이 있는 남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70% 1RM 레그익스텐션을 1세트 수행한 조건보다 3세트 수행한 조건에서 운동 후 근원섬유 단백질 합성의 크기와 지속시간이 더 크게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이 세트를 무한히 늘릴수록 같은 비율로 근성장이 커진다는 뜻은 아니다. 운동량이 증가하면 어느 지점부터 추가 효과가 점차 작아지고 피로와 회복 비용은 더 커질 수 있다.

동물 저항운동 모델에서는 운동 세트가 늘어날수록 일부 mTORC1 관련 신호는 계속 증가했지만, 실제 근단백질 합성 반응은 비교적 적은 세트에서 상당 부분 포화되는 양상이 관찰됐다. 이는 mTORC1 관련 단백질의 인산화 수치가 높다고 해서 실제 단백질 합성과 장기적 근비대가 같은 비율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다만 이 연구는 쥐를 이용한 실험이므로 사람의 최적 세트 수를 그대로 정하는 근거로 사용할 수는 없다.

근성장을 결정하는 것은 반복 횟수 하나가 아니다

저항운동의 결과를 이해할 때는 ‘몇 회 했느냐’보다 그 반복이 어떤 자극을 만들어냈는지를 살펴야 한다.

근육에 충분한 기계적 장력이 걸렸는지, 해당 세트가 실패에 얼마나 가까웠는지, 세트 사이에 수행 능력이 회복됐는지, 주간 총 운동량을 감당할 수 있는지, 운동 후 단백질과 에너지가 충분히 공급됐는지, 다음 훈련 전까지 회복됐는지가 함께 중요하다.

고반복 훈련은 저중량으로도 근비대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 세트가 지나치게 길어지면 심폐 부담과 국소 통증, 대사적 피로가 먼저 제한요인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고중량·저반복 훈련은 높은 기계적 장력을 만들기 쉽고 근력 향상에 유리하지만, 관절과 결합조직에 가해지는 부담과 기술적 난도가 커질 수 있다.

따라서 근비대를 원하는 일반인은 특정 반복 횟수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보다 여러 부하 범위를 활용하되, 대부분의 근비대 세트를 실패 직전의 충분히 어려운 수준으로 수행하고 다음 세트의 질을 유지할 수 있는 휴식을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매 세트를 반드시 완전한 실패까지 수행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실패훈련은 저중량 운동에서 충분한 운동단위 동원을 확보하는 데 유용할 수 있지만, 지속적인 완전 실패는 피로와 회복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실패훈련과 비실패훈련의 장기 효과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전체 운동량과 훈련 조건에 따라 결과가 달라졌다.

 

저항운동을 하면 기계적 장력과 영양 신호를 바탕으로 mTORC1 경로가 활성화되고, 운동 후 회복기에 근단백질 합성이 증가한다. 운동 중 에너지 소비가 커지면 AMPK가 활성화돼 단백질 합성과 mTORC1 신호를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다.

그러나 특정 반복 횟수를 넘는 순간 mTOR가 꺼지고 AMPK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고반복 운동에서도 충분한 근비대가 발생할 수 있고, AMPK와 mTORC1이 같은 운동 세션에서 동시에 활성화되는 것도 가능하다.

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고반복 자체가 아니라 기계적 장력과 유효한 반복은 충분하지 않은데 에너지 고갈과 불필요한 피로만 과도하게 커지는 운동 구성이다. 근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mTOR를 억지로 ‘켜는’ 특정 반복 횟수가 아니라, 충분한 장력과 적절한 운동량, 회복 가능한 피로, 단백질과 에너지 섭취가 조화를 이루는 훈련이다.

‘고반복은 AMPK, 저반복은 mTOR’라는 공식보다 중요한 질문은 하나다. 지금 수행하는 세트가 근육에 의미 있는 장력을 제공하면서도 다음 운동과 회복을 망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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