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손목 통증, 유선 때문일까?”…전문가들이 먼저 의심하는 질환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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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손목이 아프면 많은 산모가 “수유 때문인가”, “유선이 막혀서 팔이나 손목까지 아픈 건가”라고 걱정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유선이나 유관 문제가 손목 통증을 직접 일으킬 가능성은 낮다. 다만 수유 중 유방 통증, 젖몸살, 유선염, 젖 정체가 생기면 아기를 안고 먹이는 자세가 틀어지고, 이 과정에서 손목 힘줄에 무리가 가 손목 통증이 생기거나 악화될 수 있다.

의학적으로 유선염은 주로 유방 조직의 염증이다. 대표 증상은 유방의 통증, 열감, 부기, 발적, 단단한 멍울, 수유 중 타는 듯한 통증이며 감염이 동반되면 발열과 오한, 몸살감이 나타날 수 있다. 메이요클리닉은 유선염이 주로 수유 중인 사람에게 발생하며, 증상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유선 문제라면 통증의 중심은 대개 손목이 아니라 유방이다.

반대로 출산 후 손목 통증에서 가장 흔하게 거론되는 질환은 드퀘르벵 건초염이다. 흔히 ‘엄마 손목’으로 불리는 이 질환은 엄지손가락을 움직이는 힘줄이 손목의 좁은 통로에서 마찰을 일으켜 통증을 만드는 병이다. 엄지 쪽 손목이 아프고, 아기를 들어 올릴 때, 젖병을 잡을 때, 수유 자세를 잡을 때, 손목을 새끼손가락 방향으로 꺾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이 질환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 NCBI 의학 자료는 드퀘르벵 건초염이 늦은 임신기나 산후 여성에게 흔히 나타날 수 있으며, 엄지 움직임과 손목 편위 동작에서 통증이 악화된다고 정리한다.

국내 자료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 연구진이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출산한 여성 160만1,501명을 분석한 결과, 임신·산후 관련 드퀘르벵 건초염 환자는 3만4,342명으로 누적 발생률은 약 2.1%였다. 연구는 30세 이상, 다태임신, 제왕절개, 임신성 고혈압질환, 류마티스관절염 병력 등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연구진은 임신·수유기의 체액 저류와 부종, 호르몬 변화, 수유와 아기 들기 같은 반복 동작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유선 때문에 손목이 아플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어떻게 답해야 할까. 핵심은 직접 원인과 간접 원인을 구분하는 것이다. 유선이 막히거나 유방이 아파서 손목 힘줄 자체가 염증을 일으키는 것은 전형적인 경로가 아니다. 그러나 유방이 불편해 수유 자세가 흐트러지고, 산모가 한 손목으로 아기 머리와 몸을 오래 받치거나 손목을 꺾은 채 수유를 반복하면 손목 건초염이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해 “유선이 손목을 아프게 했다”기보다 “유방 불편과 수유 자세가 손목 과사용을 만들었다”는 설명이 더 의학적으로 자연스럽다.

구분법은 비교적 명확하다. 유방이 붉고 뜨겁고 아프며,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고, 열이나 오한이 있다면 유선염·젖 정체·농양 가능성을 봐야 한다. 반면 가슴 증상은 거의 없고 엄지 쪽 손목만 찌릿하거나, 아기를 안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드퀘르벵 건초염 쪽 가능성이 높다. 손목 통증과 함께 엄지·검지·중지가 저리고 밤에 저림이 심하다면 손목터널증후군도 감별해야 한다.

대처는 자세 교정에서 시작된다. 아기를 들어 올릴 때 엄지를 벌려 손목으로만 받치지 말고, 손목을 중립으로 둔 상태에서 팔꿈치와 전완 전체로 받치는 것이 좋다. 수유쿠션을 사용하고, 아기를 산모 쪽으로 끌어당기되 산모가 앞으로 숙이지 않는 자세도 중요하다. 메이요클리닉 역시 수유 자세와 관련해 아기를 유방 쪽으로 가까이 데려오고, 몸을 과도하게 숙이지 않는 자세를 권한다.

통증이 이미 시작됐다면 엄지까지 고정하는 보조기, 이른바 thumb spica 보조기가 도움이 될 수 있다. 단순 손목 보호대는 엄지를 충분히 고정하지 못해 드퀘르벵 건초염에는 부족할 수 있다. 약물은 수유 여부와 산모의 건강 상태에 따라 달라지지만, LactMed는 이부프로펜이 모유 내 농도가 매우 낮고 반감기가 짧아 수유부의 진통·소염제로 선호되는 약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다만 위장질환, 신장질환, 천식, 출혈 위험, 다른 약 복용 여부가 있다면 의료진 확인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경고 신호도 있다. 38도 이상의 열, 오한, 유방의 심한 발적과 열감, 점점 커지는 멍울, 고름이 의심되는 통증이 있으면 유선염이나 농양 평가가 필요하다. 손목 통증이 1~2주 이상 지속되거나 아기를 안기 어려울 정도로 심해지는 경우, 손 저림·감각저하·악력 저하가 동반되는 경우에는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손 전문 진료를 받는 편이 안전하다.

정리하면 출산 후 손목 통증의 주범은 유선 자체라기보다 산후 호르몬 변화, 부종, 반복적인 수유·육아 동작, 손목 자세의 부담일 가능성이 크다. 유방 증상이 중심이면 유선 문제를, 엄지 쪽 손목 통증이 중심이면 드퀘르벵 건초염을 먼저 살펴야 한다. 산모의 손목 통증은 “참으면 지나가는 통증”으로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수유와 육아가 매일 반복되는 만큼 초기에 자세를 바꾸고, 필요하면 보조기와 진료를 병행하는 것이 회복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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