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수분 섭취가 부르는 ‘물 중독’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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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위해 의식적으로 물을 마시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루에 물 2리터를 반드시 마셔야 한다거나, 갈증을 느끼기 전에 물을 계속 마셔야 한다는 조언도 흔히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물은 부족해도 문제가 되지만, 몸이 처리할 수 있는 양보다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도 위험할 수 있다.

짧은 시간 안에 많은 물을 마셔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는 상태를 흔히 ‘물 중독’이라고 부른다. 의학적으로는 대개 과도한 수분 섭취로 발생한 급성 저나트륨혈증에 해당한다. 저나트륨혈증은 일반적으로 혈중 나트륨 농도가 135mEq/L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를 의미한다. 문제는 단순히 나트륨 수치가 낮아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혈액이 묽어지면서 물이 세포 안으로 이동하고, 특히 뇌세포가 부풀어 오르면 두통, 혼란, 경련, 의식 저하와 같은 심각한 신경학적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물이 어떻게 ‘독’이 되는가

우리 몸은 갈증, 신장 기능, 항이뇨호르몬 등을 이용해 체내 수분과 나트륨 농도를 일정한 범위로 유지한다. 물을 많이 마시면 일반적으로 신장이 묽은 소변을 만들어 남은 물을 배출한다. 하지만 물이 들어오는 속도가 배출 속도를 넘어가거나 항이뇨호르몬의 영향으로 소변 배출이 억제되면 체내에 물이 축적된다.

이때 몸속 나트륨의 절대량이 크게 줄지 않았더라도, 늘어난 물에 의해 혈중 나트륨 농도가 희석될 수 있다. 따라서 물 중독을 단순히 “소금을 부족하게 먹어서 생기는 병”으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많은 저나트륨혈증은 식사로 섭취한 나트륨이 부족해서라기보다 체내 수분이 나트륨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아져 발생한다.

혈중 나트륨은 세포 안팎의 수분 이동을 조절하는 중요한 전해질이다. 혈액의 나트륨 농도가 급격히 낮아지면 삼투압 차이에 따라 물이 세포 안으로 들어간다. 팔이나 다리의 세포는 어느 정도 부풀어도 공간적 여유가 있지만, 뇌는 단단한 두개골 안에 들어 있어 부종을 견딜 공간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급성 물 중독에서는 뇌부종이 가장 위험한 합병증이 된다.

특히 48시간 이내에 나트륨 농도가 빠르게 떨어지는 급성 저나트륨혈증은 서서히 진행되는 만성 저나트륨혈증보다 위험하다. 뇌가 변화된 삼투압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저나트륨혈증은 심한 혼란, 경련, 혼수상태뿐 아니라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

건강한 사람에게도 생길 수 있다

물 중독은 신장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만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다. 건강한 성인도 다이어트, 건강관리, 내기나 벌칙, 종교적 의식, 소변검사 준비 등을 이유로 짧은 시간에 많은 물을 억지로 마시면 위험해질 수 있다.

마라톤, 철인경기, 장거리 등산, 군사훈련처럼 오랜 시간 지속되는 운동에서도 주의해야 한다. 운동 중에는 땀을 흘려 수분과 나트륨을 잃지만, 통증과 스트레스, 구역감, 저혈당 등의 자극으로 항이뇨호르몬 분비가 증가할 수 있다. 이 상태에서 “탈수되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땀과 소변으로 빠져나간 양보다 더 많은 물이나 스포츠음료를 마시면 체내 수분이 과도하게 축적될 수 있다.

운동 중 또는 운동 후 24시간 이내에 발생하는 저나트륨혈증을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 국제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 합의문은 운동 중 수분 섭취량이 땀, 소변, 호흡 등으로 손실된 양을 초과하는 것이 주요 발생 기전이며, 예방을 위해 갈증에 따라 마시는 전략을 강조한다.

스포츠음료를 마신다고 물 중독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음료에는 나트륨이 포함돼 있지만, 대부분의 제품은 혈액보다 전해질 농도가 낮은 저장성 음료다. 따라서 운동 중 손실량을 훨씬 넘어서는 양을 계속 마시면 스포츠음료도 혈중 나트륨을 희석할 수 있다. 전해질은 과음으로 생기는 문제를 일부 완화할 수 있을 뿐, 과도한 수분 섭취 자체를 무효로 만들지는 못한다.

신장·심장질환과 일부 약물도 위험 높여

같은 양의 물을 마셔도 사람에 따라 위험은 달라진다.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불필요한 물을 소변으로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 심부전이나 간경변이 있는 사람도 체내 수분이 과도하게 축적되면서 희석성 저나트륨혈증이 발생할 수 있다.

항이뇨호르몬이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 부적절 분비 증후군, 이른바 SIADH가 있는 사람도 위험하다. 이 상태에서는 신장이 물을 충분히 배출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양의 물을 마셔도 혈중 나트륨 농도가 낮아질 수 있다.

이뇨제, 일부 항우울제, 항경련제, 항정신병약, 항암제 등도 저나트륨혈증과 관련될 수 있다. 심한 구토나 설사, 과도한 발한으로 나트륨을 많이 잃은 상황에서 맹물만 지나치게 보충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신장질환, 심부전, 간질환, 부신질환이 있거나 이뇨제와 특정 정신건강의학과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은 인터넷에 나오는 일률적인 음수량을 따라서는 안 된다. 의사가 수분 제한을 지시했다면 일반적인 건강 음수법보다 의료진의 지침이 우선이다.

초기에는 단순 피로나 소화불량처럼 보여

물 중독의 초기 증상은 비교적 모호하다. 두통, 메스꺼움, 구토, 피로감, 무기력, 집중력 저하, 근육 약화나 경련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배가 더부룩하고 손가락이나 발이 붓거나 반지가 평소보다 꽉 끼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상태가 악화하면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평소와 다르게 짜증을 내거나 혼란스러워하며, 비틀거리거나 졸린 모습을 보일 수 있다. 심한 경우 환각, 의식 저하, 경련, 혼수상태로 진행할 수 있다. 저나트륨혈증의 증상은 나트륨 수치 자체뿐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떨어졌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특히 장시간 운동을 한 사람이 두통과 구토, 혼란을 보이면 무조건 탈수라고 판단해 물을 더 먹이는 행동은 위험할 수 있다. 탈수와 저나트륨혈증은 일부 증상이 비슷하지만 처치 방향은 다르다. 물 중독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계속 물을 먹이면 상태가 더 악화될 수 있다.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물을 마신 뒤 심한 두통, 반복되는 구토, 이상행동, 심한 졸림, 보행 이상, 경련 또는 의식 저하가 나타났다면 즉시 음수를 중단하고 119에 신고하거나 응급실로 이동해야 한다. 집에서 소금을 억지로 먹이거나 소금물을 만들어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저나트륨혈증의 치료는 원인, 증상, 발생 속도에 따라 달라지며, 나트륨을 지나치게 빠르게 교정해도 심각한 신경학적 손상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혈액검사와 관리가 필요하다.

하루 2리터를 반드시 마셔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람에게 필요한 수분량은 체격, 식사, 활동량, 온도와 습도, 발한량, 임신과 수유 여부, 질환과 약물 등에 따라 달라진다. 모든 사람이 매일 같은 양의 맹물을 의무적으로 마셔야 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과학·공학·의학원 자료에서는 건강한 성인의 하루 적정 총수분 섭취량을 남성 약 3.7리터, 여성 약 2.7리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수치는 생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 커피, 차, 우유 등 모든 음료와 음식에 들어 있는 수분을 합친 ‘총수분’ 기준이다. 또한 이는 건강한 집단을 대상으로 설정한 적정섭취량이지, 개인이 반드시 채워야 하는 최소 목표량이나 매일 억지로 달성해야 하는 처방량이 아니다.

국이나 찌개, 과일, 채소, 밥과 같은 음식에도 상당한 수분이 포함돼 있다. 식사에서 수분을 많이 섭취한 날과 땀을 많이 흘린 날의 필요한 음수량은 같을 수 없다. “하루 2리터”라는 숫자에 집착해 배가 부르고 소변이 계속 투명한데도 물을 마시는 습관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다면 물은 어떻게 마셔야 할까

일상생활에서는 갈증을 기본 신호로 활용하면서 식사 사이에 물을 조금씩 나누어 마시는 방법이 적절하다. 아침에 일어나 하루치 물을 한꺼번에 마시거나, 정해진 시간마다 큰 컵을 의무적으로 비울 필요는 없다. 목이 마르지 않고 소변을 지나치게 자주 보며 소변이 하루 종일 완전히 투명하다면 필요 이상으로 마시고 있을 가능성을 생각해볼 수 있다.

반대로 더운 환경에서 일하거나 운동해 땀을 많이 흘렸고 소변량이 줄면서 색이 짙어졌다면 수분 보충이 필요할 수 있다. 다만 소변 색은 음식, 비타민, 약물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절대적인 진단 기준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운동 중에는 갈증을 무시하며 참을 필요도 없지만, 갈증이 없는데도 ‘미리 저장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마시는 행동도 피해야 한다. 국제 합의문이 강조하는 가장 현실적인 원칙은 갈증에 따라 마시는 것이다. 특히 장시간 운동에서는 물을 정해진 양만큼 강제로 마시기보다 날씨, 운동 강도, 개인의 땀 배출량에 맞춰 섭취량을 조절해야 한다.

자신의 발한량을 조금 더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비슷한 환경에서 운동 전후 체중을 측정할 수 있다. 운동 후 체중이 운동 전보다 증가했다면 운동 중 손실량보다 많은 수분을 섭취했을 가능성이 크다. 장거리 운동에서 체중 증가가 반복된다면 음수 계획을 줄여야 한다. 다만 운동 후 체중 감소량을 즉시 전부 물로 채워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운동 후에는 식사와 음료를 통해 시간을 두고 회복하는 것이 좋다. 운동 관련 저나트륨혈증 환자 다수에서 운동 중 체중 유지 또는 증가가 관찰된다는 보고도 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장시간 운동에서는 음식이나 전해질 음료를 통해 나트륨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해질 음료를 선택했더라도 갈증과 손실량을 무시한 채 과도하게 마셔서는 안 된다. 일반적인 짧은 운동이나 가벼운 일상 활동에서는 균형 잡힌 식사와 물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많다.

핵심은 ‘많이’가 아니라 ‘균형’

물 중독은 흔한 질환은 아니지만, 발생하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특히 물을 건강식품처럼 여기고 목표량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마시는 행동, 짧은 시간에 큰 용량을 들이키는 행동, 장시간 운동 중 체중이 증가할 정도로 계속 마시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건강한 수분 섭취의 핵심은 단순하다. 갈증과 활동량에 맞춰 하루 동안 나누어 마시고, 음식과 다른 음료에 포함된 수분도 전체 섭취량에 포함해야 한다. 신장·심장·간질환이 있거나 수분 균형에 영향을 주는 약물을 복용한다면 의료진과 적정 음수량을 상의해야 한다.

물은 생명 유지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필요 이상으로 마신다고 건강 효과가 계속 커지는 것은 아니다. 탈수를 두려워해 무조건 많이 마시기보다 몸이 필요로 하는 만큼 균형 있게 보충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음수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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