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방사운동’은 실제 운동학인가… 몸의 중심에서 말단으로 이어지는 움직임의 과학
‘Central Radiation Motion’이라는 이름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개념… Core-Distal Connectivity와 Proximal-to-Distal Sequencing을 구분해야
최근 운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중심방사운동’, 영어로는 ‘Central Radiation Motion(CRM)’이라는 표현이 화제가 되고 있다. 몸의 중심부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사지의 말단으로 뻗어나가야 효율적인 움직임이 만들어진다는 설명이다. 얼핏 들으면 운동학에서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전문용어처럼 보인다.
그러나 먼저 짚어야 할 부분이 있다. Central Radiation Motion 또는 CRM이라는 명칭 자체는 현재 스포츠의학이나 생체역학 분야에서 널리 통용되는 표준 학술용어라고 보기 어렵다. 반면 이 용어가 설명하려는 ‘중심과 말단의 연결’, ‘몸쪽 분절에서 먼쪽 분절로 이어지는 운동의 순서’와 매우 유사한 개념들은 실제 운동과학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돼 왔다.
대표적인 것이 Core-Distal Connectivity와 Proximal-to-Distal Sequencing(PDS)이다. 문제는 이 두 개념이 비슷해 보이지만 출발점과 의미가 상당히 다르다는 데 있다.
몸의 중심에서 말단으로 퍼진다… ‘Core-Distal Connectivity’
‘중심에서 말단으로 뻗어나간다’는 표현과 가장 직접적으로 닮아 있는 개념은 Bartenieff Fundamentals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무용가이자 물리치료사였던 Irmgard Bartenieff의 움직임 접근법을 발전시킨 Peggy Hackney는 저서 Making Connections: Total Body Integration Through Bartenieff Fundamentals에서 인간의 움직임을 여러 가지 전신 연결 패턴으로 설명한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Core-Distal Connectivity, 즉 ‘중심-말단 연결성’이다. Hackney의 체계에서는 호흡 이후 Core-Distal Connectivity, Head-Tail Connectivity, Upper-Lower Connectivity, Body-Half Connectivity, Cross-Lateral Connectivity 등이 단계적으로 제시된다. 실제 책에서도 Core-Distal Connectivity를 별도의 장으로 다룬다.
이 개념은 ‘Navel Radiation’이라고도 표현된다. 말 그대로 배꼽을 중심으로 신체의 중심과 손·발·머리 등의 말단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움직임 조직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것이 단순히 “복근에 힘을 주고 팔과 다리를 움직인다”는 뜻이 아니라는 점이다. 몸통과 사지를 별개의 부품처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전신이 하나의 연결된 시스템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움직임 교육적 관점에 가깝다.
따라서 Core-Distal Connectivity는 생체역학 실험에서 측정되는 단일 변수가 아니다. 몇 뉴턴의 힘이 중심에서 손끝으로 이동하는지를 측정하는 물리학 공식도 아니다. Bartenieff Fundamentals는 움직임 교육, 신체 인식, 소매틱스와 연결된 체계이며 현대 스포츠 생체역학과는 연구 전통 자체가 다르다. Hackney의 저서 역시 이를 ‘전신 통합(total body integration)’을 위한 움직임 연결 패턴으로 다룬다.
따라서 이를 그대로 고중량 스쿼트나 벤치프레스의 생체역학 법칙으로 가져오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스포츠과학에는 훨씬 명확한 개념이 있다… Proximal-to-Distal Sequencing
스포츠 생체역학에서 ‘중심에서 말단으로 움직임이 진행된다’는 설명과 가장 가까운 정식 개념은 Proximal-to-Distal Sequencing, 줄여서 PDS다.
Proximal은 몸의 중심에 가까운 쪽, Distal은 중심에서 먼쪽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공을 던지는 동작을 생각해보자.
골반이 회전하고
→ 몸통이 회전하고
→ 상완이 움직이고
→ 팔꿈치가 펴지고
→ 손과 손목에서 높은 속도가 만들어진다.
이처럼 큰 근위 분절이 먼저 움직이고 이후 더 작고 먼쪽에 위치한 분절이 순차적으로 높은 속도를 만들어내는 현상이 PDS다.
Putnam은 1993년 투척과 타격 동작의 분절 움직임을 분석하면서 이러한 기술들이 일반적으로 근위부에서 원위부 방향으로 순서화되는 특징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현상은 팔에서만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축구 킥에서는 대퇴가 먼저 빠르게 움직인 뒤 하퇴와 발로 최대 각속도가 이어지는 패턴이 보고돼 있다. 하지 분절 간 상호작용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걷기·달리기·킥 과정에서 proximal-to-distal sequence가 관찰된다.
점프 역시 흥미롭다. 수직점프를 분석한 Chiu 등의 연구에서는 근위부에서 원위부 방향의 전략을 더 많이 사용한 경우 더 큰 관절 모멘트와 분절 가속도가 나타났고, 이러한 전략이 점프 수행능력과 관계될 가능성이 제시됐다.
즉, ‘몸쪽에서 먼쪽으로 움직임이 연결되는 현상’ 자체는 실제 생체역학에 분명 존재한다.
왜 중심에서 말단으로 움직이면 빠른가
그렇다면 왜 던지기나 킥 같은 동작에서 이러한 순서가 나타날까.
단순하게 말하면 몸의 큰 분절을 먼저 움직인 뒤 작은 분절을 연속적으로 가속하면 말단에서 높은 속도를 만들어내기 유리하기 때문이다.
야구 투수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공의 속도를 손가락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지면과 다리에서 시작된 움직임이 골반과 몸통을 거쳐 어깨, 팔꿈치, 손으로 이어지며 최종적으로 공의 속도가 만들어진다.
하지만 여기서 흔히 등장하는 “힘이 전달된다”라는 표현에는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생체역학에서는 단순히 하나의 힘이 몸 안을 여행한다고 설명하지 않는다. 각 분절에는 근육이 만들어내는 관절 모멘트, 지면반력, 관성력, 분절 간 상호작용, 각운동량과 각속도 변화 등이 동시에 작용한다.
특히 Putnam의 연구는 이러한 proximal-to-distal pattern을 단순한 근육 수축 순서만으로 설명하기 어렵고, 인접한 신체 분절 사이의 motion-dependent interaction, 즉 한 분절의 움직임이 다음 분절의 운동에 영향을 주는 역학적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따라서 “코어에서 힘이 생겨 손이나 발로 흘러간다”는 표현은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로는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생체역학을 그대로 설명하는 표현은 아니다.
‘중심방사’와 PDS를 완전히 같은 개념으로 보면 안 되는 이유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생긴다.
Core-Distal Connectivity는 몸 중심과 말단의 전신 연결성을 설명하는 움직임 조직 개념이다.
Proximal-to-Distal Sequencing은 실제 움직임 과정에서 신체 분절의 운동 시작 시점이나 최대 각속도 등이 근위부에서 원위부 방향으로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두 개념은 서로 닮아 있지만 동일하지 않다.
더구나 PDS 자체도 모든 운동에 반드시 적용되는 절대 법칙은 아니다.
Serrien 등이 상지 움직임의 proximal-to-distal sequence를 검토한 연구에서도 PDS가 다양한 움직임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왜 이러한 순서가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운동제어 메커니즘은 아직 완전히 설명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종목과 목적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빠른 공을 던지거나 킥을 하는 것처럼 말단 속도를 극대화해야 하는 ballistic movement에서는 PDS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운동의 목적이 말단 속도를 높이는 것은 아니다.
고중량 스쿼트는 바벨과 신체의 질량중심을 안정적으로 제어하면서 큰 힘을 만들어내야 한다. 데드리프트 역시 최대 바 속도를 손끝에서 만들어내는 운동이 아니다. 플랭크는 애초에 분절의 연속적인 가속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따라서 “좋은 움직임은 항상 중심에서 시작해 말단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PDS를 확대 해석하면 문제가 생긴다.
더 중요한 것은 ‘순서’보다 과제다
현대 운동제어에서는 인간의 움직임을 하나의 이상적인 패턴으로 고정해 바라보기보다 과제(Task), 개인(Individual), 환경(Environment)에 따라 달라지는 협응전략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로 같은 종목 안에서도 움직임의 목적이 바뀌면 sequencing이 달라질 수 있다.
멀리 던지는 동작과 정확하게 던지는 동작이 같을 필요가 없으며, 최대 높이를 만드는 점프와 착지를 안정적으로 수행하는 움직임 역시 요구되는 협응이 다르다.
심지어 proximal-to-distal pattern과 비교하기 위해 simultaneous sequencing, 즉 여러 관절이 보다 동시에 움직이는 전략을 분석한 연구도 존재한다. PDS가 매우 중요한 운동 전략임에는 분명하지만, 인간의 모든 움직임을 설명하는 단 하나의 정상 패턴은 아니라는 의미다.
또 하나 반드시 구분해야 하는 것이 있다.
움직임이 시작되는 순서와 근육이 활성화되는 순서, 관절의 최대 각속도가 나타나는 순서, 관절 파워가 발생하는 순서는 모두 같은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골반의 각속도가 먼저 증가했다고 해서 “골반의 힘이 그대로 무릎과 발목으로 이동했다”고 단순하게 결론낼 수는 없다.
운동학적 sequencing을 이야기하려면 무엇을 기준으로 순서를 정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관절 움직임 시작 시점인지,
최대 각속도인지,
근전도 활성인지,
joint moment인지,
joint power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이 구분 없이 모든 것을 ‘힘의 전달’이라는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실제 생체역학보다 지나치게 단순한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중심방사운동’은 틀린 말일까
여기서는 조금 신중한 결론이 필요하다.
‘중심방사운동’이라는 용어 자체를 스포츠 생체역학에서 이미 확립된 독립적인 이론처럼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재 학술문헌에서 널리 사용되는 표현은 Core-Distal Connectivity, Proximal-to-Distal Sequencing, Kinematic Sequence, Kinetic Chain 등이다. 최근 국내 SNS에서 사용되는 Central Radiation Motion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기존 개념들과 상당 부분 겹쳐 있지만, 그 자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생체역학 이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그 안에서 이야기하는 내용 전체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몸통과 사지는 연결되어 움직이고, 한 분절의 움직임은 다른 분절에 영향을 준다.
투척·타격·킥·점프 등 많은 폭발적인 움직임에서는 proximal-to-distal sequence가 관찰된다.
근위부에서 만들어진 운동과 분절 간 상호작용이 원위부의 높은 속도 형성에 기여한다.
이 세 가지는 실제 생체역학 연구에서 충분히 확인되는 현상이다.
다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모든 정상 움직임은 중심방사여야 한다.”
“중심방사가 안 되면 운동을 잘못하는 것이다.”
“말단이 먼저 움직이면 부상을 입는다.”
라는 식으로 규칙을 만들어버리는 순간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연구로는 그러한 보편 법칙을 지지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움직임을 어떻게 측정하느냐’
‘중심방사’라는 표현은 사람의 움직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데는 꽤 매력적이다.
몸을 팔·다리·몸통이라는 개별 부품으로 보는 대신, 중심과 말단이 서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운동과학의 관점에서는 그 다음 질문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확히 무엇이 중심에서 말단으로 전달됐는가?”
움직임의 시작 시점인가.
각속도인가.
관절 모멘트인가.
기계적 파워인가.
각운동량인가.
혹은 단순히 육안으로 관찰한 움직임의 인상인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 채 ‘중심에서 힘이 방사된다’고 설명하면 과학적 개념이라기보다 움직임을 표현하는 하나의 은유에 가까워질 수 있다.
결국 중심방사운동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용어가 존재하느냐 아니냐가 아니다.
‘중심과 말단의 연결’이라는 아이디어에는 실제 운동과학적 근거가 있다. 그러나 그것을 설명할 때는 Core-Distal Connectivity와 Proximal-to-Distal Sequencing, Kinetic Chain을 구분하고, 특정 움직임에서 관찰된 현상을 인간 운동 전체의 절대 법칙으로 확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운동은 언제나 중심에서 말단으로 움직이는 운동이 아니라, 주어진 과제에서 필요한 힘·속도·안정성·정확성을 만들어내기 위해 신체 각 분절이 적절한 시간과 크기로 협응하는 운동이라고 보는 편이 현재의 운동과학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