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워치 화면에 표시되는 VO₂max 숫자가 운동 능력의 절대 지표처럼 소비되고 있다. 그러나 운동생리학 관점에서 “심박으로 VO₂max를 잰다”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다. 심박수는 심장이 얼마나 자주 뛰는지를 보여줄 뿐, 인체가 실제로 얼마나 많은 산소를 섭취하고 사용하는지를 직접 보여주지 않는다.
VO₂max, 즉 최대산소섭취량은 원칙적으로 운동부하검사 중 호흡가스 분석을 통해 측정한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소섭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분석해야 한다. 반면 웨어러블 기기의 VO₂max는 심박, 속도, 거리, 나이, 체중, 성별 등으로 계산한 알고리즘 산출값이다. 따라서 이는 ‘측정값’이 아니라 ‘예측값’ 또는 ‘기기 추정치’에 가깝다.
최근 검증 연구들은 이 한계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Apple Watch Series 7을 대상으로 한 2024년 연구에서는 실험실 대사분석기로 얻은 VO₂max와 시계가 산출한 값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나타났다. 평균절대백분율오차는 15%를 넘었고, 신뢰도 지표도 낮았다. 연구진은 낮은 체력군에서는 과대평가, 높은 체력군에서는 과소평가 경향이 나타난다고 밝혔다. (JBME)
Garmin 계열 기기에 대한 2025년 연구도 비슷한 문제를 제기했다. Forerunner 245의 VO₂max 산출값은 중등도 훈련자에게서는 비교적 나은 성능을 보였지만, 고훈련 지구성 선수에게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과소평가 경향이 나타났다. 즉 웨어러블의 숫자는 ‘내 몸의 산소섭취 능력’이라기보다 특정 조건에서 나온 알고리즘 결과로 봐야 한다. (Springer)
여기서 다시 주목받는 지표가 혈중 젖산, lactate다. 1976년 독일 Cologne 스포츠의학 그룹의 Alois Mader는 혈중 젖산 4 mmol/L를 기준으로 aerobic-anaerobic transition, 즉 유산소 대사에서 부분적 무산소 대사가 본격적으로 개입되는 전환점을 설명했다. 이후 Hermann Heck 등은 반복적인 constant-load 테스트를 통해 MLSS, 최대젖산정상상태 개념을 발전시켰다. MLSS는 혈중 젖산이 시간에 따라 더 이상 계속 상승하지 않고 유지될 수 있는 가장 높은 운동 강도를 뜻한다. (Springer)
이 지점은 단순한 심박수보다 훨씬 강한 의미를 가진다. 심박은 카페인, 수면, 피로, 탈수, 온도, 스트레스, 센서 오차에 흔들린다. 반면 lactate curve는 운동 강도에 따른 대사 반응을 직접 반영한다. 특히 LT2, OBLA, MLSS는 선수가 어느 강도까지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핵심 자료다.
물론 lactate가 VO₂max 자체를 직접 측정하는 것은 아니다. VO₂max는 산소섭취량이고, lactate는 대사 전환과 지속가능 강도를 보여주는 지표다. 하지만 운동 능력 평가에서 “심박 기반 VO₂max 숫자”보다 “젖산 곡선과 MLSS/LT2”가 훨씬 더 생리학적으로 타당한 기준이라는 주장은 충분히 근거가 있다.
결론은 분명하다. 심박만으로 VO₂max를 측정한다는 말은 틀렸다. 웨어러블의 VO₂max는 편의적 알고리즘 숫자일 뿐, 실험실 가스분석이나 젖산 기반 대사평가를 대체할 수 없다. 진짜 운동 능력을 보려면 심박 숫자보다 산소섭취량, RER, lactate curve, MLSS를 함께 봐야 한다.